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교사로 중고등학교에서 약 9년 간 근무했고, 지금은 CUNY (City University of New York)의 NYC College of Technology의 Career and Technology Teacher Education학과에서 조교수 (assistant professor)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COVID-19로 인해 지난 3월 첫째주부터 급하게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전환이라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고 학생들의 불만도 많지만 서서히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서 온라인 교육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제가 느낀 몇가지 생각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1. 온라인 개학에서 교사의 역할은?

지금 한국에서 EBS를 통해 국영수사과 교과 위주로 통합된 내용으로 방송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많은 분들이 좋은 현상이라고 말씀을 해주고 계십니다만, 제 첫 반응은, 이게 교사나 학생들에게 매우 위험할 수도 있는 방식이라고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모두 같은 내용으로 수업을 한다면 누가 더 많은 수혜를 받을까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평등인데요. 영어에서 평등은 (공평)과  평등(equality)으로 세분화 할 수 있습니다. 공평 (equity)은 출발점은 다르지만 결과에서 평등을 가져올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것이고요.  평등(equality)은 분배의 관점에서의 같은 양의 지식을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우리는 교사로서 공평 (equity)과 평등 (equality)을 모두 신경써야 하지만, 최근의 흐름으로는 출신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공평 (equity)의 개념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럼 EBS에서 똑같은 내용으로 수업한다면, 이것은 평등 (equality)일까요? 아니면 공평(equity)에 가까울까요? 대부분의 대형 강의가 그러하듯이 EBS 강의에서 중간 등위에 있는 학생들의 이해 수준에 맞도록 강의를 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평등 (equality)의 관점에서 교육을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수준 높은 강사가 좋은 품질의 강의를 전국의 모든 학생에게 제공된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모두 같은 지식을 습득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그럼 교사의 역할은 여기서 무엇인가요? 그냥 출석체크를 하는 것인가요?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을 찾아내서 듣게 하는 것인가요?  우리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 “국가에서 제시한 학습 내용을 재 해석해 학생의 지적 능력, 사전 지식, 사회적 배경에 맞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물론 품질 좋은 강의를 전국의 모든 학생에게 무료로 나눠준다면 정말 마스크 2부제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지만, 교육은 그렇게 단순하게 거래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그럼 다시 묻습니다. 이런 온라인 개학을 해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교사는 교육과정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학교와 학생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입니다. 이런 전문가의 역할을 단순히 학생들의 진도체크에 사용한다면 큰 낭비일 것입니다. 그리고 교사 스스로도 전문성을 살려서 개별화,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희 딸의 사례에서 원격 교육의 좋은 점들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희 딸은 미국 뉴저지의 하워스라는 지역의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8시 반이 되면 학교 교장 선생님께서 전날 녹화한 비디오를 유투브에 올려놓습니다. 거기에는 미국판 국민의례 (pledge)가 포함되고요. 교장 선생님이 학생 수준에 맞는 이야기로 오늘의 의미나 오늘 해야 할 일들을 간략히 소개해주십니다. 그리고 나서 9시에는 담임 선생님과 Google Hangout으로 30분 정도 화상 통화를 합니다. 이 자리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이 오늘 배워야 할 학습 과제를 안내해 주시고 일부 어려운 개념에 대해서는 직접 수업도 해 주십니다. 이 자리에서 아이들은 선생님께 질문도 하고, 학습에 대한 흥미를 높이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아이는 오전 내내 선생님이 내어준 과제를 수행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는 대부분의 숙제를 혼자서 합니다. 가끔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업로드 하는 것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부모가 도움을 주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전혀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오전에 과제를 구글 클래스룸에 업로드를 하면 오후에는 선생님이 학생들의 과제에 대해 개별 피드백을 해주십니다. 그럼 아이들은 약간 늦은 오후에 자신의 학습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저는 모든 학교나 선생님이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시스템 속에서 교사의 역할과 필요성을 다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교사는 학습내용 전달 뿐만 아니라 학생의 발달 수준이나 배경, 학습 진행 정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컴퓨터나 AI로 대체될 수 없는 교사의 고유 영역입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일관성있는 높은 품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런 교사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2. 티칭에서 러닝으로의 전환

오래 전부터 많은 교육 학자들이 학생들은 어떻게 학습을 하는가에 대해 연구를 해 왔고, 대표 연구진들이2000년에 How People Learn 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본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책입니다. 이 책의 내용을 전부 기억하지 않지만 한 가지 강조하고 있는 점은 학생들은 Active Learner라는 점입니다. 학생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학생들은 재각기 다른 사전 지식과 관심 분야를 갖고 교실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인지 수준과 경험, 관심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줄때 비로소 학생들은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시행하려고 하는 EBS를 통한 일괄적인 지식의 전달이나 학년별 내용 체계를 통일하는 것들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 우리 교육이 과거로  회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교육학에서 행동주의(Behaviorism)를 넘어 인지주의(Cognitivism), 구성 주의 (Constructivism), 사회적 인지주의 (Social Cognitivism) 그리고 최근에는 상황 인지 (Situated cognition)를 배웠습니다. 인지주의에서는 학생들은 스스로 지식을 재구성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재구성 하려면 학생 스스로가 자신이 몰랐던 점에 대해 생각을 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의미있는 것으로 바꾸어 두뇌 속에 저장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유투브나 온라인에 지식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굳이 지식의 전달을 의미하는 티칭을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요즘 세상에 교사의 설명이 조금만 부족하거나 이해가 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바로 구글링을 통해 바로잡습니다.

미국에서 온라인 교육의 관점에서 가르침을 의미하는Online teaching이라는 말은 제게 매우 생소합니다. 대부분 Online Learning, Distance Learning처럼 학습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아마도, 현재의 미국식 교육이 teaching보다는 learning을 더 중시하는 풍토라서 그럴 수 도 있지만 저는 온라인 교육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컴퓨터 앞에서 학생들을 앉혀놓고 학교에서처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공부만 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그럼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학생들이 지적 탐구심을 갖고 스스로 찾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형태의 교육으로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중학교 1학년에서 “기술과 발명”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한다면, 단순히 교과서의 내용만을 요약해서 ppt 형식으로 전달한다면 10분이면 내용을 모두 마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COVID-19의 위기 속에서 우리가 발명한 위대한 기술을 찾아 그 원리와 사회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여 000형식으로 00매 이내로 제시하시오”와 같은 open-ended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온라인 교육에서는 “가르침”에서 “학습”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저도 미국에서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매주 3시간 분량을teaching으로만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제 수업 전략은 10분 정도 학생들과 간단한 인사 대화를 나눈 후 나머지 1시간은 내용 전달과 토론을 합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중간 중간 학생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대답을 유도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려질까 진장을 하게 되고 수업에 참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시간 반은 과제를 내어 주고 그룹으로 과제를 해결하도록 합니다. 과제는 단 시간 내에 끝낼 수 없는, 연구와 토론 그리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open-ended 형식으로 내어 줍니다. 단답형 답을 유도하는 “List, name, is this…” 같은 질문 보다는”In what ways”, “how can we better … ”로 시작하는 질문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학생들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저는 학생들의 그룹 체팅룸과 Google Doc을 다니며 피드백과 학생들의 진도를 체크하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합니다.

지금 온라인 사이트 들에서 선생님들이 제작한 학습자료가 많이 있는데요. 혹시 교사의 입장에서 지식의 전달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의 인지 수준에서 적절한 과제가 제시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온라인 교육에서 초점은 학생들의 “학습”이어야만 합니다.

3. 테크놀로지는 선생님의 몫입니다.

온라인 전환을 앞두고 선생님들의 반응 중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도대체 그 많은 것들을 언제 새로 배워서 하란 말이냐”라는 반응입니다. 제가 한국 교육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COVID-19로 인해 3월 1일 개학을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 당연시 되었을 때 왜 온라인 수업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지 않았는가 입니다.  이 문제는 둘째 치고라도, 지금 많이 사용되는 플랫폼이 EBS에서 제공학 학습터와 구글 클래스룸, 그리고 Zoom인 것 같습니다. 이런 툴 들을 사용할 때 그 누구도 매뉴얼을 일일이 찾아보며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스마트폰과 같은데요. 선생님들은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할 때 메뉴얼을 보시고 사용하시나요? 일부 필요한 기능이나 모르는 부분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사용할 수 있도록 user friendly하게 제작되어 있습니다. Zoom은 로긴 후 그냥 실행시킨 후에 사용하시면 됩니다. 구글 클래스룸은 구글 계정으로 로긴하시고 클래스룸을 만들거나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려우시면 스스로 검색하셔서 유투브 동영상을 보거나 온라인 튜토리얼을 찾으시면 됩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을 마주하려면 이런 툴들에는 스스로 익슥해지셔야 합니다. 이렇게 대비를 하셨다고 해도 실제로 이런 툴들을 사용하다보면 수많은 오작동을 만나시게 됩니다. 그때마다 컴퓨터 담당 선생님을 불러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을 이용한 교육 툴을 아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됩니다. 교육청이나 단위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이러한 툴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할 의무는 있지만, 결국 배워야 하는 것은 선생님들입니다.

4. 테크놀로지를 믿지 마세요.

디지털 교육을 적용할 때 몇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최대한 로우 테크놀로지에서 선생님들이 편하게 접근하실 수 있는 부분까지만 하십시요. 하이 테크놀로지의 영역으로 갈수록 복잡한 문제가 생깁니다. 한 예로 해드폰을 사용한다면 줄이 있는 헤드폰이 무선보다 좋습니다. 갑자기 무선의 전원이 꺼져버리거나 연결이 끊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수업을 한다고 해서 교사들이 모두 유투버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Zoom의 실시간 통화나 영상 녹화기능만으로 충분히 온라인수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작업 환경을 점검해보세요. 만약 원격 수업을 하실 대 의자가 흔들리거나 회전하는 의자라면, 흔들리지 않고 바퀴도 없는 간단한 형태의 나무의자로 바꾸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학습자의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업에만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선생님의 현란한 원격 기술을 절대로 기대하지 않습니다. 원격 기술이 더해질수록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스트레스로 다가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한가지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하셨으면 그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온라인 툴들은 선생님의 수업을 도울 뿐이지 수업을 개선시키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도구는 그냥 도구일 뿐입니다. 학생들이 기대하는 것도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 내용입니다. 그래서 더 더욱 교육 내용을 재구성해서 학생들의 수준에 맞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선생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입니다.